✏️출산 족보
☑️자연분만을 선택한 이유
병원에 오래 입원하기 싫었고, 빠른 회복과 당연하게 출산은 자연분만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끝까지 제왕 안 하고 자연분만을 한 것, 남편이랑 진통 순간부터 낳는 순간까지 고통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아쉽거나 후회되는 것
힘주기를 얼굴로 하면 안 되는데 잘 못해서 아기와 내가 얼굴 핏줄이 다 타진 것, 아기한테 너무 미안하다
💬진통과 출산의 과정
아바타 개봉날, 워낙 영화를 좋아하던 우리 둘. 38주 6일째 날인데도 기다리던 이슬이나 진통이 없어서(일주일 전부터 밤마다 생리통보다 아픈 통증 정도 가진통인지도 모르겠고 애매함) 아기 낳기 전 마지막 영화다 싶어 아바타 4D를 겁도 없이 보러 갔음.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화장실을 갈 수도 없었고 의자가 심하게 흔들림 ㅋㅋ 그치만 재밌게 보고 영화 끝나고 남편이랑 새벽 1시에 감자탕 집 가서 감자탕도 먹고 집에 왔음 잠이 안 와서 새벽 5시까지 티비보고 놀다가 소변보는데 아주 살짝 갈색 이슬인지 아닌지 애매한 냉이 보임 진통은 그냥 살짝 생리통 오는 정도?
병원에 전화해 보니 5분 주기가 되면 오라고 했던 건 병원에 미리 오면 산모가 힘들고 오래 걸릴까봐 그런 거지 미리 와도 상관없다고 해서 남편과 미리 싸놓은 짐을 차에 싣고 병원으로 갔음. 운전도 내가 해서 ㅎㅎㅎㅎ
새벽 6시 병원 도착. 병원 가서 일단 내진부터 했는데 2cm열렸다고 함. 아 진짜 내진 너무 끔찍... (코로나 검사는 이틀 전 남편과 병원 정기 검진 전 받았음)
새벽 6시 30분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닝겔 꼽고 촉진제 투여 후 기다리는데 진통 없고 자궁수축 느낌도 없음.
촉진제도 1부터 5까지 세기가 있는데 2로 올리고 관장 시작 똥꼬에 관장약 넣고 바로 화장실에 가있으라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았다 10분 참으라고 하는데 2분 만에 무너짐
오전 7시 30분 촉진제를 3까지 올렸는데도 여전히 2cm 진전이 되지를 않아 촉진제를 4까지 올림 15분? 20분 지나고 슬슬 생리통처럼 배가 아파옴
오전 8시 30분 배가 슬슬 아프면 선생님 부르라고 했는데 슬슬 아파와서 불러서 다시 내진 3cm 열림 내진하면서 양수가 터졌는데 진짜 물과 피가 줄줄줄 이게 양수 터지는 거구나 싶음
병실 바닥에 내 허벅지 사이로 양수가 계속 흐름 “양수 터지면 이제부터 진통이랑 자궁수축 빨리 올 거예요“ 라고 하심 가족분만실로 이동. 노래도 틀어주시고 남편이랑 둘이 있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오전 10시 아 진짜 이게 진통이구나 배가 슬슬 아픈 게 이제 아.....! 너무 아프다 소리가 나옴... 장이 꼬이는 느낌이랄까 내진했더니 4cm 열림 . 진행이 굉장히 느리다고 함. 점점 배가 정말 많이 아파오고 남편한테 아 장난 아니야 벌써부터 장난아니면 어쩌지 하고 하소연. 선생님께 나도 모르게 무통주사 언제 하냐 했더니 안 그래도 지금 마취과 선생님 오시고 계신다고 함
자연분만 의지가 정말 너무 강했던 나지만 진짜 미친 쫄보인 나는 너무 무서웠다. 무통주사 등에 꼽는 거는 이미 마미톡에서 많은 글을 봐왔지만 그래도 겁이 났고 새우등 자세로 따끔 마취하고 좀 불편한 느낌이지 생각보다 아프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움직이면 안 됨
오전 11시 무통관만 연결해놓고 무통주사약 투입 와..진짜 이게 무통천국이구나 무통천국이라는 게 이런 거 구나 다리가 살짝 마비되는 느낌에 진통이 안 느껴짐... 진짜 행복했다 근데 몸이 너무 가렵고 속이 미슥거렸는데 결국 오바이트를 했다 몸이 가렵고 오바이트 증상은 무통약 맞으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호흡기도 착용해 주셨다
오후 2시쯤 됐나? (이때부터 시간은 정확하지 않음) 무통 약을 맞아서 신경이 안 느껴지니 내진을 엄청 많이 하러 왔는데 내진 하나도 안 아프고 느낌 안남 진행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하시고 나갔는데 얼마 뒤 갑자기 7cm 열렸다고 함 무통 때문에 아픈 걸 몰랐던 거다.
7cm열렸다고 해서 너무 기분 좋았다 이제 힘주기 해야 되는데 무통 맞으면 느낌 안 나서 힘 못 준다고 무통을 끔 무통 끄자마자 진통오는 게 아니라 한 30분 정도는 무통 효과가 지속된다고 하셔서 약간은 안심
이제부터 힘주기 연습을 시작 역시나 힘이 잘 안 들어갔다 그래도 자세랑 힘주는 방법이랑 끊임없이 알려 주심
30분 뒤...지옥이 시작됐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누가 내 배에 장기를 다 비틀어버리는 느낌 나는 드라마에서 보던 것 처럼 힘주기 몇 번 하면 아기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내가 몸이 작고 아가가 커서 그런가 (3.7kg) 아기가 잘 안 내려 와서 진짜 2시간 넘게 힘주기 하는데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힘을 줘서 아기를 내려오게 해야 하는데 진짜 힘을 주고 또 주고 해도 아기가 안 내려오고 진통은 미친 듯이 아프고 소리 지르고 진통 주기가 3분에 한 번씩 너무 아파 죽을 것 같다고 내가 생각했던 자연분만 고통의100배...남편은 옆에서 같이 고개 들기 해주고 정말 힘든 시간이 계속됐다
오후 6시 잠을 24시간째 못 자서 그런지 힘주기는 계속하는데 정신이 몽롱해졌다. 진짜 배가 너무 아프고 자궁이 너무 아프고 사람들이 진통하다가 제왕 해달라는 글을 많이 봤는데, 난 그 글들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못 버틸까? 진통 다 하고 제왕을 왜 해달라고 하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랬던 내가 남편한테 울면서 살려달라고 나 이제 못하겠다고 제왕 바로 해달라고 울고 빌었다.
오빠 너무 고생해 줘서 고마운데 너무 미안해 나 이제 못 할 거 같아 힘이 안 들어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진통이 너뮤 심해서 아!!!!!! 오빠 살려주세요 빨리 수술해 주세요 하고 이상한 헛소리도 하고 그랬다고 한다.
남편이 나한테 이렇게 진통 다하고 수술하면 후회 안 하겠냐고 하길래 진짜 화내면서 빨리 얘기하라고!!!!! 화내고 빌고 눈빛이 왜 저러냐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한다.
사람이 너무 아프면 정신이 나간다는데 이런거 일까. 남편이 알겠다고 하고 수술한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바로 선생님 3명이서 들어오셨는데 이제 아기 머리가 보인다고 좀만 더 해보자고 같이 힘주기 들어가고 위에서 한분은 내 배를 누르고 난리가 났다 난 인간 이하의 소리를 내고....
아기 낳고 남편이 해준 얘기지만 나한테는 수술한다고 말한다 해놓고 나가서 선생님께 얼마나 걸릴 거 같냐고 해서 30분만 더 하면 될 거같 다고 하셔서 그럼 와이프한테 이제 다 됐다고 거짓말해달라고 이렇게 고생하고 수술하면 와이프가 분명 후회할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1시간 넘게 걸리면 수술해달라고 말하려 했는데 포기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욕할 뻔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고맙다 ㅋㅋㅋㅋㅋㅋ
오후 7시 진통한지 벌써 12시간이 넘어가고 분명 힘주기 하면서 3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체감상 분명 30분이 넘어서 선생님들한테 화를 냈던 것 같다 옆에서 남편이 “아기 머리다 나왔데!!!!” 라는 구라를 듣고 진짜 엉엉 울면서 힘주기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저 못하겠어요 울면서 악을 쓰는데 분만 선생님 콜을 하기 시작했다
오후 7시 30분 갑자기 침대가 조금 변신하고 아래 부분은 티비보던 거 처럼 가림막 설치 진짜 티비에서 보면 분만 준비가 시작됐다 이제 진짜 아기가 나오려나보다.
옆에서 남편이 다했어 이제 정말 나올꺼야 울지마 할 수 있어 너무 잘하고 있어라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이때가 최고의 고통) 2번만 더 힘주면 나올 거 같다고 해서 정말 그냥 죽어버리자 라는 심정으로 힘을 주고 또 힘을 줬다.
나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때쯤 남편한테는 밖에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 아기 낳기 전 손소독하고 위생복 (?) 위생모 같은 거를 입고 촬영 준비를 시켰던 게 아닐까 싶다 남편이 나갔다 온 것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계속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낳고 나서 남편이 말을해줘서 알았다. 선생님께서 한두번만 더 힘주면 이제 나온다는 말에 진짜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정말 젖멋던 힘을 다해 힘을 줬다.
오후7시58분 뭔가 숭덩..하는 느낌이 났는데 아가가 우는소리가 안 들렸는데 갑자기 응애응애 소리가 났다. 끝난건가...? 싶었는데 아기를 바로 내 품에 안겨주었다 (방에서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진짜 엉엉 엉엉 엉엉 울었다 아가 태명 부르면서 엉엉 울었다 남편도 울음 참았다가 정말 엉엉 울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울고 있다)
아기가 너무 빨갛고 너무 따뜻했다 진짜 쌍욕나오는 진통은 잊어버렸다 아기를 안고 영상 찍고 하는 동안 열상 주사 맞고 아래 후처치하는데 진통이 너무 아파서 하나도 느낌도 안 났다
💬출산 그 후
아기랑 나랑 너무 많이 고생해서 아가 머리에도 피멍이 들고 엄마랑 아가 눈이랑 얼굴에 핏줄이 다 터져 흰 자가 다 빨간색이다 너무너무 고생한 우리 아가..그리고 나 그리고 같이 고생한 우리 남편 후처치 끝나고 바로 입원실 가서 미역국이랑 밥 먹었다. 남편이랑 아가 낳은 거 영상 보면서 새벽내내 울었던 것 같다 우리 둘 다 너무 고생했다고 정말...
💬출산 후 느낀점
지금은 산후조리원인데 일주일 전 출산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연분만한 거 정말 아팠지만 얻은게 더 많다 남편이 정말 얼마나 엄마들이 아가를 힘들게 낳는 건지 느끼고 너무너무 잘해주고 내 인간 이하의 모습을 보고도 대단하다 해주고 정말 사랑이 돈독해졌다
무엇보다 아가를 보면 그 지옥같던 진통 한번 더 할수 있다 싶을 정도로 천사같이 예쁘고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다른 사람들보다 정말 많이 힘들게 낳은 거라고 선생님이 그려셨는데 그래도 아가를 보면 또 할 수 있을 거 같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맞는 말이다. 지금도 몸이 많이 붓고 그랬지만 확실히 회복은 빠른 것 같다
이 글을 적는 건 나도 마미톡 출산글을 보고 많이 울고 걱정되고 도움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했는데 다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정말 아픈 거 한순간이고 아가를 보면 그거 다 없어지는 거라고 우리 엄마들 다 너무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죽겠다 하겠지만 죽지 않고 고통 이겨내면 정말 그보다 훨씬 큰 행복과 감동이 밀려옵니다 겁먹지 말아요! 그리고 남편과 함께 큰 추억이 생기고 남편도 애기 낳고 엄청 잘해줍니다. 예비 엄마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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